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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칼럼

노인성 난청, 왜 본인만 모르실까요?

노인성 난청, 왜 본인만 모르실까요?

"아버지가 TV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놓고 보세요." "엄마한테 몇 번을 말해도 딴소리를 하시는데, 여쭤보면 제가 작게 말해서 그렇다고 하세요."

옆에서 보면 분명 잘 못 들으시는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괜찮다고 하십니다. 같은 말을 몇 번씩 되풀이하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 더 나빠지시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실 겁니다. 그러다 보면 "고집을 부리신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청능사로서 말씀드리면, 이것은 고집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한 난청은 진행 방식 자체가 본인이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노인성 난청은 '고음'부터 찾아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난청은 높은 소리(고음)부터 먼저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낮은 소리는 비교적 오래 유지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말 소리가 저음과 고음에 나뉘어 분포한다는 점입니다. 'ㅏ, ㅓ, ㅗ, ㅜ' 같은 모음은 저음 쪽에 있으며, "누군가 말하고 있다"는 소리의 크기감을 주로 만들어냅니다. 반면 'ㅅ, ㅊ, ㅍ, ㅎ, ㅌ' 같은 자음은 고음 쪽에 있습니다. 소리 자체는 작지만, 단어를 서로 구분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자음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자과', '하과'는 모음이 같고 첫 자음만 다릅니다. 고음이 잘 들리지 않으면 이 세 단어가 비슷하게 들립니다. '시계'와 '휘게', '칠'과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고음 난청이 있으면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또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 "안 들린다"가 아니라 "웅얼거린다"고 느끼십니다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고음 난청이 있는 분은 말소리 자체는 들립니다. 모음이 들리니 누군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압니다. 그러니 본인 입장에서는 "내 귀가 안 들린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느끼십니다.

"요즘 애들은 말을 너무 빨리 해." "TV 아나운서 발음이 뭉개져." "네가 작게 말하니까 그렇지."

문제의 원인을 내 귀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투에서 찾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분 눈에는 우기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님께는 실제로 그렇게 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대화가 자꾸 어긋나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이 서운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괜찮다"고 하시는 마음도 있습니다.

■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더 모르십니다

노인성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몇 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 진행됩니다. 매일 조금씩 변하면 내가 '정상'이라고 느끼는 기준점도 함께 내려갑니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거의 없으니 변화를 알아챌 계기가 없는 것이지요.

거울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매일 거울을 보면 얼굴이 변한 걸 잘 모르지만, 10년 전 사진을 보면 달라진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청력도 같습니다. 다만 귀에는 '10년 전 사진'이 없어 비교할 방법이 없을 뿐입니다.

여기에 자주 쓰는 말은 앞뒤 맥락으로 짐작해 알아듣는 능력까지 더해지니, 익숙한 집 안에서는 큰 불편 없이 지내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편이 드러나는 것은 시끄러운 식당,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대화,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맥락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본인은 기준점이 함께 내려가 있지만, 가족은 바깥에서 그 변화를 봅니다. 그래서 난청은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께 다음과 같은 모습이 보이시나요?

□ TV 볼륨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커졌다 □ "뭐라고?" 하고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 질문과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하신다 □ 전화 통화를 피하시거나 짧게 끊으신다 □ 가족 모임에서 대화에 잘 끼지 않으신다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 청력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목록은 진단 기준이 아니므로, 부모님과 이야기를 꺼내는 계기 정도로 활용해 주세요.

그리고 꼭 기억해 주세요. 부모님이 모르시는 것은 무관심하거나 고집이 세서가 아닙니다. "귀가 안 들리시잖아요"라고 몰아붙이기보다 "요즘 대화하기가 좀 힘드신 것 같아서요"처럼 불편을 함께 확인하는 말로 시작하시면 이야기가 훨씬 부드럽게 풀립니다.

■ 청력검사 결과, '청력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로 설명해도 잘 와닿지 않을 때는, 청력 측정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청력도'를 함께 보시면 이해가 훨씬 쉬워집니다.

청력도의 가로축은 소리의 높낮이(Hz)로, 왼쪽이 낮은 소리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은 소리입니다. 세로축은 소리의 크기(dB)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큰 소리를 들려드려야 겨우 들으신다는 뜻입니다.

노인성 난청에서 흔히 보이는 모양은 '고음급추형(ski-slope)'입니다. 왼쪽 저음 구간은 비교적 위쪽에 있다가 오른쪽 고음 구간에서 그래프가 뚝 떨어지는, 이름 그대로 고음에서 급하게 추락하는 형태입니다.

이 그래프 위에 앞서 말씀드린 말소리를 겹쳐 보면, 모음이 있는 저음 쪽은 들리는 범위 안에 있지만 'ㅅ·ㅊ·ㅍ·ㅎ' 같은 자음이 있는 고음 쪽은 들리는 범위 밖으로 빠져 있습니다.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안 들린다"는 상태가 청력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본인의 청력 그래프를 직접 눈으로 보시면 왜 그동안 대화가 어긋났는지 한결 쉽게 이해하십니다. 가족이 몇 번을 말해도 와닿지 않던 이야기가 청력도 한 장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 한 번의 확인에서 대화가 시작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노인성 난청은 고음부터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구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그래서 본인은 "안 들린다"가 아니라 "상대가 웅얼거린다"고 느끼십니다. 3. 서서히 진행되어 기준점도 함께 내려가므로, 본인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4.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청력도를 보면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잘 들린다"는 부모님과 "아닌 것 같은데"라는 자녀분이 서로 답답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지기보다, 청력검사 후 청력도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제이보청기 부천센터에서는 청력검사 후 결과 그래프를 보여드리며 부모님과 보호자분께 함께 설명해 드립니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보청기를 꼭 하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귀 상태 한번 확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함께 방문해 주세요.

※ 귀 통증이나 먹먹함, 갑자기 청력이 떨어진 느낌이 있다면 먼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제이보청기 부천센터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91, 비잔티움 상동 4층 411호 (7호선 상동역 5번 출구) ☎ 032-710-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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